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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웹자서전] ep.27 이영진에게 전한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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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업무관리자 작성일21-12-31 10:31 조회2,0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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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과 친구 이영진이 하루는 좀 보자고 했다. 시국에 대해 몇 번 진지하게 토론했던 친구였다.

우리가 가장 크게 부딪힌 부분은 ‘광주’였다. 1980년에 일어난 일을 두고 이영진은 ‘광주학살’이라고 했고, 나는 ‘광주폭동’이라고 했다. 광주폭동이라는 생각은 언론보도를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였다.

그즈음 교내에서는 자주 시위가 있었다. 학생들은 난간에 매달려 혹은 여럿이 스크럼을 짜고 이렇게 외쳤다.

“광주학살 원흉 전두환을 처단하고, 군부독재 타도하자!”

시위를 하던 학생들은 곧장 사복형사들에게 붙들려 끌려갔다. 신입생인 나는 저런 학생들이 언론에서 말하는 의식화된 불순학생들인가 했을 뿐이다.

나를 부른 이영진은 동아리방에서 광주학살 현장을 담은 비디.오를 보여주었다. 비.디오에는 군인들이 시민들을 잔인하게 학살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충격적이었다.

일상복을 입은 시민들이었다. 무장하지도 않은, 내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들. 그런 시민을 무장한 계엄군이 잔인하게 죽이고 있었다.

소름이 돋았고 믿기지 않았다. 폭도는 광주시민이 아니라 군부독재 정권이었다. 내 안에서 의식의 껍데기가 깨져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며칠 동안 영상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내가 어떻게 전두환 정권에, 언론에 속았는지를 생각하면 창피하고 화가 났다.

분노가 지나간 뒤에는 고립된 채로 싸워야 했던 광주시민들에게 마음이 가닿았다. 가족과 친구, 이웃의 죽음을 목도해야 했던 슬픔이 떠올랐고, 죽음을 각오하고서도 포기할 수 없었던 용기와 신념을 생각했다.

마음이 무거웠다.

이윽고 이영진은 내게 불의한 정권에 맞서 싸우는 활동에 함께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문득 되물었다.

“넌 노동자들 한 달 월급이 얼만지 알아?”

시위하는 학생들이 ‘노동삼권 보장하라’고 구호를 외칠 때, 속으로 노동에 대해 뭘 안다고 ‘노동삼권’ 운운하나 생각하던 나였다.

의외로 이영진은 제대로 된 대답을 했다. 알고 보니 그도 가난한 집안의 학생이었고 주변 친구들이 공장에 다니고 있었다. 나는 또 물었다.

“집안 형편이 그러면 데모하면 안 되지 않아?”

“죽은 사람도 많은데 뭐...”

이영진은 광주에서 죽은 사람들을 말하고 있었다.

“야, 넌 공부하고 운동 같은 건 부잣집 애들이 좀 하면 안 되냐?”

나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우리 사이로 긴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내가 대답했다.

“지금은 어려워. 미안해. 하지만 사법고시 붙은 다음에 판검사 안 하고 변호사 돼서 그때 함께 할게.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일할 거야. 이건 내 약속이야.”

약자들에게 힘이 되겠다는 건 법대에 붙은 뒤 일기장에 써 내려간 결심이기도 했다.

이영진은 그때의 내 약속을 믿었을까?

내가 변호사 개업 1년 뒤부터 합류해 지금까지도 나와 함께하는 이영진은 이렇게 말했다.

“재명이는 명석한데다 공장노동자 출신이라는 소문이 돌아서 계속 주목했죠. 재명이의 대답을 듣고 정말 그럴까, 의구심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저는 믿었어요.

재명이가 약속 안 지키는 친구들을 무척 경멸한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안 할 거면 난 못해, 난 안 해, 틀림없이 이렇게 얘기했을 친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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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서 <인간 이재명> (아시아,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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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민홍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