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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웹자서전] ep.29 정신 차려라, 재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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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업무관리자 작성일21-12-31 10:32 조회2,0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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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고시 2차 시험 날짜가 다가오고 있었다. 가족, 친척, 교수님들까지 내가 2차에 합격할 것으로 믿었다.

2차에서 떨어지면 내년에 다시 1차부터 준비해야 하는데, 내년부터는 돈 나올 곳이 없었다.

게다가 사법고시 합격해서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하겠다던 친구들과의 약속도 있으니 처절한 마음가짐으로 매진해야 했다. 그런 다짐은 당시 일기장에 수시로 등장한다.

- 지금부터 전쟁이다. 처절히 싸우겠다.

- 공부란 의식 없는 황소처럼 아둔하게 하는 것이다.

- 한번 떨어져 볼래? 정신 차려라, 재명아.

마음을 다잡고 공부한 끝에 85년 7월 2차 시험을 봤다. 잘 본 것 같았다. 걱정했던 민법도 무난하게 답을 썼다.

시험이 끝난 후 다시 자전거를 타고 전국일주에 나섰다. 이번엔 혼자였고 동해안을 타고 내려가 남해와 서해를 돌았다. 집에 돌아온 건 18일 후였다. 매일 쉬지 않고 달린 덕분이었다.

이윽고 합격자 발표가 났다. 놀랍게도 명단에 내 이름이 없었다. 믿을 수 없었다.

종합점수는 합격점을 훨씬 넘는 상위권이었지만 상법이 39.66점으로 과락 기준인 40점에서 0.34점 부족했다. 3인의 채점관 중 2명은 40점을, 1인은 39점을 준 것으로 보는 게 맞았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직접적으로는 상법에서 문제를 잘못 보고도 확인하지 않고 대충 쓴 것이 원인이었고, 간접적으로는 첫술에 1차에 합격한 것이 원인이었다.

1차에서 아주 좋은 성적으로 합격한 덕분에 나도 모르게 자만하고 경솔했던 것이다.

낙방이 믿기지 않아 술 마시고 울었다. 그날 책가방도 잃어버렸다.

내가 원하는 시험에 떨어지기는 처음이었다. 창피하고 한심했지만 그보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목을 죄어왔다. 다시 1년 공부를 해야 하는데 무슨 돈으로 할 것인가.

물론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실패가 내 인생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여긴다. 아마도 그때 바로 붙었으면 내가 무척 잘난 줄 알고 건방지게 살았을지도 모른다.

주눅이 들어 집안에 틀어박혀 있는데 뜻밖에도 아버지가 여행을 가라고 권했다.

“이왕이면 고향에 한 번 다녀와라.”

아버지는 결정적인 순간에 그렇게 응원의 말을 전했다. 고향에 가 옛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니 정말 마음이 어느 정도 안정되었다. 아버지에게, 친구들에게 고마웠다.

나는 좀더 진중해졌다.

눈앞의 현실과 미래의 과제 사이에서 갈등하지 않고, 둘을 조화시켜나가는 방법도 걸음마 하듯 찾아 나갔다.

정의를 위해 싸우는 친구들을 보며 죄책감에 시달리는 대신 집회에도 참여했고, 고시원으로 돌아가서는 더 열심히 공부했다.

그렇게 4학년 2학기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투석전이 아닌 1부 집회에 참여한 사람이 되었다.

어떤 시기의 삶도 그저 미래를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싸우고 내 방식대로 공부하며 살아가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런 다짐은 마땅해 보였다. 낙방이 내게 준 선물.

삶이 고마웠다. 나는 성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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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서 <인간 이재명> (아시아, 2021)

#사법고시 #고시원 #시위 #여행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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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민홍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