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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웹자서전]ep.31 영진이 부모님께 보낸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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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업무관리자 작성일22-01-06 13:20 조회1,8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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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웹자서전]ep.31 영진이 부모님께 보낸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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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 2학기, 종강과 함께 법대생들의 운명이 갈렸다. 집안 형편이 괜찮은 동기들은 고시공부를 계속했고, 그렇지 못한 동기들은 졸업하기 무섭게 군대에 가야 했다. 돈 있고 빽 있는 사람들은 군대를 잘도 면제받았다.

나와 가까웠던 규대, 성홍이, 정추도 입대날짜를 받아놓고 짐을 꾸려 고향으로 내려갔다. 뜻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돈 없고 빽 없어서 귀향하는 친구들을 보고 있자니 섭섭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군대를 면제받았다. 프레스기에 치여 손상된 손목과 굽은 팔 때문이다. 징병검사를 하던 군의관은 내 방사선 사진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이 새끼, 이거 완전 개판이구만.”

그는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었다. 팔이 개판이어서 군대 안 가게 된 걸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까. 마음이 씁쓸했다.

졸업식이 열렸다. 부모님과 형제 모두를 초대했다. 입학식 때 오지 않았던 아버지도 참석했다. 처음으로 아버지와 함께 온 가족이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졸업식이 마냥 즐거울 수는 없었다.

졸업식에 없는 동기가 있었다. 이영진. 내게 5.18 광주의 영상을 최초로 보여주었던 영진이가 없었다. 영진이는 그때 차가운 감방에 갇혀 있었다.

시위를 이끌던 영진이는 구속되었고 학교는 그를 제적했다. 제적이라니... 가난한 영진이의 가족은 그가 집안을 일으켜주길 하염없이 기다렸을 것이다. 친구와 친구 부모님의 마음이 오죽할까 싶어 마음이 무거웠다.

졸업식이 끝나고 고시원으로 돌아온 나는 편지 한 통을 썼다. 영진이의 부모님께 보낼 편지였다. 이영진은 그 편지를 두고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

“내가 감옥에서 나와서 집에 내려갔더니 아버지가 편지 한 장을 꺼내서 보여줬어요. 재명이가 보낸 거였어요. 부모님은 내가 걱정되고 보고 싶을 때마다 그 편지를 꺼내 보았다고 하더라구요.

녀석은 장난기가 참 많기도 했지만 그렇게 마음이 따뜻한 친구였어요. 재명이의 편지 한 장이 우리 부모님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던 것 같아요.”

편지는 영진이에 대한 의리이기도 했지만 내가 고시공부하고 있을 때 자신의 전부를 걸고 투쟁에 나섰던, 그 모든 의로운 청년들에 대한 내 마음이기도 했다.

그 시절, 거리에서, 또 감옥에서 찬란한 청춘의 한 시절을 보냈던 청년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그렇게 왔다.

그때 보냈던 편지의 한 대목을 옮겨본다.

의로운 일을 하다가 고초를 겪고 있는 영진이를 우리 동기들은 모두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영진이가 앞으로 반드시 더 훌륭하게 큰일을 할 것으로 우리는 믿고 있습니다.

부모님께서도 너무 상심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 1986년 2월 21일, 이영진의 학과 동기 이재명 올림

#이재명 #웹자서전 모아보기 : https://bit.ly/3mggyFy

*참고도서 <인간 이재명> (아시아,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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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민홍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