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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웹자서전]ep.32고통의 한가운데서 아들을 기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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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업무관리자 작성일22-01-06 13:23 조회1,81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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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웹자서전]ep.32고통의 한가운데서 아들을 기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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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지원으로 사법고시를 공부하던 86년 3월, 아버지의 입원 소식을 들었다.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의사는 위암이 재발해 3개월을 넘기기 어렵다며 여름까지도 버티지 못할 거라 했다.

병실에 누워있는 아버지를 보니 자책이 들었다. 아버지를 원망만 한 것 같았다. 자식된 도리로 위암 하나 못 고쳐드리는구나 싶었다. 아버지의 삶도 가여웠다. 행복을 누릴 만하니 생이 다하고 있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사법고시에 합격해야 했다.

법대에 합격했을 때 동네사람들에게 아들이 법대에 다닌다고 자랑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우연히 보았다. 환하게 웃으며 내 얘기를 하는 아버지는 낯설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아버지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내 공부를 밀어줬다. 한 번 떨어지고 다시 사법고시를 준비해야 할 때 깊숙이 숨겨놓았던 돈을 공부하라고 준 것도 아버지였다. 그때 좀 놀랐다. 실은 아버지도 마음 깊은 곳에선 나를 응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 이상의 낙방은 있을 수 없었다. 나는 합격을 목표로 무섭게 공부에 집중했다.

5월, 1차 시험을 봤다. 합격이었다.

7월, 2차 시험을 봤다. 합격이었다.

최종 합격한 것은 겨울이었다. 내 나이 스물넷. 아버지는 의사가 예고한 3월을 지나 그때까지 살아계셨다. 하지만 이미 의식이 거의 없었다. 마약성 진통제에 기대 겨우 숨을 부지하고 계셨다.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아버지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아버지... 저 사법고시 최종합격했습니다.”

그 말이 아버지의 의식에 가닿았을까? 의식이 없다고 여겼던 아버지의 눈가에서 천천히 눈물이 흘러내렸다. 마음이 무너져내렸다. 그때까지도 나는 아버지와 제대로 화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책이 깊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건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공교롭게도 내가 태어난 날, 태어난 시각에 돌아가셨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아들의 성공을, 내 최종합격 소식을 듣기 위해 그 고통의 한가운데서 아들을 기다리고 계셨음을...

가족이 살 집 한 채 마련하는 걸 일생의 목표로 삼고 평생 노동해온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어 나는 맹렬히 저항했다. 마치 나 혼자 태어나 자라온 것처럼 오만해, 대학 전공도 상의 없이 내 마음대로 정했다.

모든 자식들이 그러하듯 나도 아버지 돌아가신 뒤에야 알았다. 아버지가 내게 얼마나 큰 집이었는지...

그런 아버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못했다.

누구나 아버지 살아계시면, 뜬금없더라도, 또 불화하는 아버지일지라도, 사랑한다는 말을 꼭 해놓으시길 바란다.

제대로 화해하지 못했다는 후회는 너무나 깊으니... 그런 후회가 없도록...

아버지, 사랑했습니다.

아니, 사랑합니다. 아버지.

#이재명 #웹자서전 모아보기 : https://bit.ly/3mggyFy

*참고도서 <인간 이재명> (아시아, 2021)

#아버지 #사법고시 #합격 #사랑 #앞으로 #제대로 #당신을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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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민홍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