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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웹자서전] ep.40 김혜경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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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업무관리자 작성일22-01-24 09:47 조회1,2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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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웹자서전] ep.40 김혜경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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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그즈음 나의 일상은 변론, 접견, 상담, 판례분석으로 채워졌다. 눈코 뜰새 없이 종일 뛰다가 밤이면 지역 활동가들과 허름한 술.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토론을 벌였다.

울분에 찬 이야기는 끝이 없었고 단골술.집 주인은 우리 일행을 남겨두고 퇴근해버릴 지경이었다.

문득 이런 피폐한(?) 일상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과감한 계획을 세웠다. 8월이 가기 전에 만난 사람과 결혼하겠다는 결심이었다. 어머니는 아버지 얼굴을 혼례식장에서 맞절할 때 처음 봤다는데, 오래 만나 연애 결혼한 사람들과 결혼생활이 달라 보이지 않았다.

나는 결정하기 전까지 매우 신중하게 고민하지만, 일단 결정하면 과감하고 신속하게 실행한다.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주변에 공언하기도 했다.

“8월이 가기 전에 결혼할 사람을 만날 겁니다.”

다섯 번의 소개팅이 잡히고 세 번째 소개팅에서 운명의 상대를 만났다. 내가 첫눈에 반한 사람의 이름은 김혜경이었다.

그날부터 성남의 동료들과 단골술.집은 머리에서 싹 지워졌다. 매일 저녁 그녀를 만나러 쫓아갔다. 잠시라도 안 보면 못 견딜 지경이었다.

김혜경은 숙명여대 피아노과를 졸업하고 주일이면 교회에 나가는 사람이었다. 부드럽고 따스했으며, 밝고 유쾌했다.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 그녀의 많은 것이 낯설었지만, 낯선 그 모든 것들이 좋았다.

내 감정은 직진했고 네 번째 만났을 때 청혼했다. 김혜경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웃는 걸 보니 차인 건 아니구나 싶었다. 그만큼 그녀에게 반했다.

그리고 실은 내 인생에서 그렇게 빠진 상대는 없었다. 그럼 결혼해야지...

그런데 김혜경은 그후 몇 번을 더 만나도 가타부타 답이 없었다. 최후 수단을 동원했다. 열다섯 살부터 스물네 살까지 10년간의 일기장 여섯 권을 건넨 것이다.

“난 이렇게 살아온 사람입니다. 내 속을 숨김없이 보여드릴 테니 같이 살만하다 생각하면 결혼합시다.”

사실 나는 만났던 첫날부터 그녀에게 내 살아온 삶을 다 전했다. 가난한 집안 살림과 식구들 이야기를 모조리...

솔직하게 다 보여주어야 한다고, 속이면 안 된다고 여겼다. 심지어 형제들 일하는 데까지 데려가서 인사시켰다.

무리한 작전이 분명했지만 결과는 신의 한수였다. 그녀는 내 청혼을 받아주었다. 기쁘고 행복했다.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내 입이 귀에 걸렸다.

후에 그녀는 일기장을 비롯해 내 솔직한 모습에 확신과 믿음을 얻었다고 했다. 만나고 7개월 뒤에 결혼했다.

궁금해할 것 같아 말하자면 그녀와의 소개팅 이후 두 번의 소개팅이 더 남아 있었다. 당시 김혜경에게 그 사실을 자백하고 소개팅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물었었다.

김혜경은 소개해준 사람들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만나라는 윤허를 내렸고, 그래서 두 번의 소개팅을 더 나갔다.

후에 다섯 번째 소개팅에서 만난 아가씨가 괜찮았다고 김혜경 앞에서 까불다가 혼났다. 농담이었지만 혼나야 마땅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면 아내와 결혼한 것이다. 가장 행복한 순간도 아내와 편안하게 수다 떨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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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민홍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