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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웹자서전] ep.10 열다섯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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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업무관리자 작성일21-12-17 11:28 조회2,3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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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일을 피해 보자고 용접에 눈독을 들였다. 열심히 용접공을 쫓아다니며 조수를 했지만 기술을 배울 기회는 돌아오지 않았다.

다행인지 아주냉동이 문을 닫았고 아버지는 곧장 다른 공장을 구해왔다. 나는 또 다른 공장으로 떠밀려갔다. 스키장갑과 야구글러브를 만드는 대양실업이었다.

그곳에서 ‘시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프레스기를 익혔다. 샤링기 유경험자, 매서운 눈썰미와 일머리 덕분에 나는 다른 소년공들보다 빨리 프레스기 한 대를 차지하게 되었다.

무려 프레스공! ‘나름 성공한 열다섯이었다’라고 쓰려다 만다. 성공은커녕 고무기판 연마기에 손이 남아나질 않아 공장을 옮겼더니, 더 위험한 샤링기를 만났고, 샤링기에서 떠나오니 프레스기 앞에 앉아 있었다.

세상은 소년공의 안전에 아무 관심이 없었다.

대양실업에서는 사흘이 멀다 하고 권투경기가 열렸다. 권투가 인기 있던 시절이었다. 경기는 점심시간 공장창고에서 벌어졌다.

직원 단합이나 복지 차원의 경기는 아니었다. 선수는 신참 소년공들이었고, 선수 지명권은 반장과 고참들에게 있었다. 지명당한 소년공들은 무조건 글러브를 끼고 나가 싸워야 했다. 그리고 고참들은 자기들이 먹을 ‘부라보콘’ 내기를 걸었다. 그리고 그 부라보콘 값은 권투 아닌 격투기에서 진 신참 소년공의 몫이었다.

하고 싶지도 않은 경기를 해야 하는 소년공은 경기에 지면 돈까지 내야 했다. 나도 지목당하면 꼼짝없이 경기에 나갔다. 한 달 용돈이 500원인데, 부라보콘은 100원이던가? 경기에서 지면 부라보콘 세 개 값인 하루 일당을 고스란히 빼앗겼다. 정말 '개떡'같은 경기였다.

나는 그때 이미 왼팔을 제대로 쓸 수 없었다. 벼락같이 떨어지는 육중한 구형 프레스기가 왼쪽 손목을 내리치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조금만 더 늦게 팔을 뺐다면... 손목이 부어올랐지만 타박상이려니 하고 빨간약과 안티프라민 연고나 바르고 말았다. 손목뼈가 깨졌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부기가 가라앉은 뒤에도 통증은 가시지 않았고 프레스기 작업을 제대로 할 수 없을 만큼 아팠다. 내색하면 프레스공 지위를 잃는다. 그래서 아픈 걸 참고 숨기며 더 열심히 일했다. 그게 평생의 장애가 될지 그땐 몰랐다. 프레스기에서 밀려나지 않는 것만 중요했다.

권투를 배워본 적도 없는 소년공들은 친구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리거나 형편없이 맞아야 했다. 이기든, 지든 우리는 투견장에 끌려 나간 강아지 같았다. 덩치가 작고 체력이 약하던 나는 경기를 빙자한 싸움에서 대부분 맞.고 돈까지 뜯겼다.

맞는 것도, 때리는 것도 싫었다. 거기에 돈까지 뺏기면 기분이 정말 엉망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그저 공장을 옮기겠다는 말만 반복해 중얼거렸다.

#이재명 #웹자서전 모아보기 : https://bit.ly/3mggyFy

*참고도서 <인간 이재명> (아시아, 2021)

 

[이 게시물은 업무관리자님에 의해 2021-12-21 13:50:08 카드뉴스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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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민홍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