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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웹자서전] ep.13 퇴근길, 시 낭송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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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업무관리자 작성일21-12-17 11:39 조회2,2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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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양실업이 문을 닫았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낯선 공장을 기웃거려야 했다. 소년공을 괴롭히던 홍 대리와 반장들도 어깨를 떨어뜨리고 공장문을 나섰다.

이번엔 제대로 된 공장에 들어가겠다는 다짐 덕분이었을까. 종업원이 2천명이 넘는 오리엔트 공장에 들어가게 됐다. 성남공단에서 넘버3에 드는 공장이었다.

거기엔 예상치 못한 행운도 기다리고 있었다. 고입 검정고시 학원을 함께 다녔던 친구 심정운을 만난 것이다. 말할 수 없이 기뻤다.

그날부터 우리는 단짝이 되어 붙어 다녔다. 시들해졌던 공부 욕심도 살아났다. 고졸이 되어도 공장의 관리자가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우리는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가자고 맹세했다. 그래서 이 지긋지긋한 공장에서 벗어나자고... 아주 멀리 반짝이는 별처럼 아득한 꿈이었지만 정운이와 함께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나란히 학원에 등록했다. 하지만 공부하려는 소년공들에게 야박하기는 오리엔트도 마찬가지였다. 쉬는 시간에 공장에서 책을 보고 있으면 반장은 물론 동료들도 대놓고 싫어하며 구박했다.

“공돌이 주제에 맞게 놀아! 꿈 깨라고, 이 자식아!”

그들은 내가 공장에서의 삶을 부정하는 것이라 느꼈을지도 모른다. 감히 이곳이 아닌 저곳을 희망하는 이에 대한 질투 같은 것이었으리라. 하지만 꿈꾸는 게 죄가 될 수는 없었다.

나는 수시로 뒤통수를 후려치는 이들을 피해 혼자 작업하는 도금실로 옮겼다. 그곳에서 물량을 최대한 빨리 빼놓고 공부할 시간을 벌었다.

삶에서 얻은 ‘유일한’ 특혜가 있다면 공부머리를 물려받았다는 것이다. 나는 물량 빼는 속도가 최고였고 불량률도 낮았다. 공장 다니며 석 달만에 중학과정 검정고시를 패스한 것도 그렇고... 물론 죽을 만큼 노력하기도 했지만...

재영이 형은 초등학생 때 내가 병아리 키우는 것을 보며 이미 그런 싹수를 보았던 모양이다. 나는 기온에 따라 병아리 집에 땔 장작의 개수를 정했고, 먹이를 얼마나 줬는지, 병아리마다 상태가 어떤지 밤낮으로 살피고 기록까지 했다. 형은 이렇게 말한다.

“병아리를 사주고 갔는데 완벽하게 키웠어요. 재명이가 막 일을 벌이고 저지르는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아요. 뭐든지 할 때는 철저히 준비하고, 빈틈없이 진행하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옳지 않고 안 될 것 같으면 아예 안 하는 성격이에요. 제가 동생들 데리고 20년을 한 방에서 살아봐서 잘 알아요.”

공장에서 퇴근하는 길이면 정운이와 나는 공부 삼아 교과서에 나온 시를 외우곤 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윤동주 그 고백은 맑고 깨끗해 보였다. 정운이와 나는 공장을 다니면서도 대학 입학을 꿈꿀 수 있었다.

노력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신념이 가능한 시절이었다.

#이재명 #웹자서전 모아보기 : https://bit.ly/3mggyFy

*참고도서 <인간 이재명> (아시아, 2021)

 

[이 게시물은 업무관리자님에 의해 2021-12-21 13:50:08 카드뉴스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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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민홍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