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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웹자서전] ep.17 ‘싸움닭’과 ‘무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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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업무관리자 작성일21-12-17 15:40 조회2,26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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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 될 거라는 자기확신이 있었다. 잘 될 것이니 도전하지 못할 일이 없었다. 반드시 정규대학에 가겠다는 생각으로 학원에 보내달라고 아버지에게 말했다.

내 기세가 평소와 다르다 느꼈는지 아버지는 그달 안에 다시 취업한다는 조건으로 학원에 다니는 것을 허락했다. 하지만 학원에 다니는 와중에도 새벽마다 일어나 쓰레기는 치워야 했다.

취업에 미적거리고 있었더니 아버지는 새로운 제안을 했다. 아예 밤낮으로 자기와 일하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종일 쓰레기를 치우라고? 나는 화들짝 놀라 발등에 불 붙은 사람처럼 서둘러 일자리를 알아보았다.

- 학원 갔다 와서 공부 좀 하려 했더니 아버지가 쓰레기 치우러 나오라고 한다. 신경질이 났다. 신발을 확 집어 던졌다. 아버지가 그 모양을 보더니 한참 나를 노려보았다. - 1980. 5. 29

부당한 일을 당하면 나는 전투력이 강해진다. 아버지의 그런 압력이 나를 더 치열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재영이 형은 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재명이는 기가 잘 죽지 않는 애였어요. 어려서부터 우리 형제 중에 아버지한테 말대꾸한 건 재명이 뿐이에요. 우린 아버지가 말씀하시면 무조건 따랐는데 재명이는 자기 할 말 다했어요. 그러다 맞기도 했지만 자기가 옳다고 여기면 맞으면서도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죠.”

나는 부당한 것을 참는 성격이 아니다. 그런데 재영이 형은 같은 인터뷰에서 이렇게도 말했다.

“재명이가 좀처럼 기죽지 않고 고집이 세기도 했지만 언제나 밝아서 주변의 사랑은 가장 많이 받고 자랐어요. 어릴 때 별명이 ‘무던이’였다니까요.”

둘 다 나에 대한 이야기다. 맞아도 고집을 꺾지 않는 것도 나였고, 별명이 무던이였던 것도 나였다. 삶은 매우 복합적이다.

아버지에 대한 내 감정도 양가적이었다. 비 오는 어느 새벽, 아버지와 쓰레기를 치우는데 급기야 일을 못할 정도로 빗줄기가 굵어졌다. 우리는 시장통 처마 밑에 쪼그리고 앉았다.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리며 꼬박꼬박 조는데 아버지가 그 모습을 보더니 가게 좌판에 누워 눈 좀 붙이라고 했다.

새벽에 누가 깨웠다. 엄마였다. 흠뻑 젖은 작업복을 입고 오들오들 떨며 자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엄마는 말없이 눈물을 쏟았다. 그때 아버지는 희뿌연 여명 속에서 비를 맞으며 혼자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다.

“재명이 댈꼬 드감더.”

엄마가 소리쳤다. 아버지가 천천히 돌아보더니 들어가라고 손짓했다. 아버지의 그 모습이 문득 아렸다.

생각하면 아픈 것들 투성이. 그래도 아버지, 그래서 아버지였다.

#이재명 #웹자서전 모아보기 : https://bit.ly/3mggyFy

*참고도서 <인간 이재명> (아시아, 2021)

 

[이 게시물은 업무관리자님에 의해 2021-12-21 13:50:08 카드뉴스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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