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소식

본문 바로가기


민주당 소식

[이재명의 웹자서전] ep.18 수면제 20알

페이지 정보

작성자 업무관리자 작성일21-12-17 15:42 조회2,255회 댓글0건

본문

e8eeebc1b8830bffab6c70d5a9eaa98f_1639723
 

손목 통증으로 밤새 끙끙 앓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치료 받을 길은 요원했고 치워야 할 쓰레기는 끝도 없이 나왔다. 밤새 쓰레기를 치우고 오면 나는 젖은 박스처럼 구겨져 잠이 들었다.

어느 날 잠결에 엄마와 아버지가 하는 얘기가 들렸다.

“재맹이가 저러다 평생 빙신이 되머 우야니껴?”

“돈 벌어서 수술하머 될끼라.”

“집 살라꼬 모다논 돈으로 아 수술부터 시키야 되잖겠니껴?”

엄마의 말에 의식이 또렷해졌다.

“그 돈은 아무도 손 못 대.”

엄마와 아버지의 말이 머릿속에서 수없이 재생됐다. 한창 예민한 열일곱 살이었다. 가난은 아득해 보였고 한 팔을 못 쓰는 사람이 되어서도 살아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온갖 절망적인 생각이 나를 삼키고 있었다. 눈물이 베개를 적셨다.

마침내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대학입시도, 팔을 고치는 일도 부질없어 보였다. 열심히 살아 교복도 한 번 입어보고 성공한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지만 불가능한 꿈이란 생각이 들었다.

엄마에게 얼마간의 돈을 달라고 했다. 수면제와 연탄을 사야 했다.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을까? 엄마는 돈을 주면서 버릇처럼 입에 달고 살던 말을 다시 반복했다.

“재맹아, 마음 단디 먹어야 된데이. 니는 크게 될 거라고 그랬제?”

엄마의 말이 아프게 가.슴을 찔렀다.

다락에 연탄불을 피우고 수면제를 먹었다. 잠은 쉬 오지 않았다. 세상과의 영원한 작별이었다. 슬프기도 했지만 홀가분하기도 했다.

얼마가 지났을까? 나는 멀쩡하게 눈을 뜨고 다시 깨어났다. 연탄불은 꺼져있었고 정신은 말짱했다. 공장 친구들은 그 정도면 죽는다고 했는데... 수면제가 부족했던 모양이었다. 다시 기회를 보기로 했다.

그즈음 오리엔트 공장에서 사람을 뽑았다. 아버지가 원서를 내라고 했다. 어차피 죽기로 한 마당이니 못할 것도 없었다. 취업이 안 될까 걱정됐던 아버지는 빽을 쓰기로 한 모양인지 오리엔트 수위장에게 3천원을 갖다 바쳤다. 돈이 아까웠지만 그렇다고 아버지에게 내일 죽어버릴 거란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다시 약국에 들렀다. 또 수면제를 달라고 하면 이상하게 여길 듯해 이번에는 동생 핑계를 대고 수면제 20알을 샀다. 약사가 잔소리가 많았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유서를 썼다. 엄마에게 미안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 보였다. 너무 지쳤다고 말하고 싶었다. 눈물 때문에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았다.

다시 연탄불을 붙이고 꾸역꾸역 수면제를 삼켰다.

#이재명 #웹자서전 모아보기 : https://bit.ly/3mggyFy

*참고도서 <인간 이재명> (아시아, 2021)

 

[이 게시물은 업무관리자님에 의해 2021-12-21 13:50:08 카드뉴스에서 이동 됨]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국회의원 민홍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