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소식

본문 바로가기


민주당 소식

[이재명의 웹자서전] ep.21 대학, 길이 열리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업무관리자 작성일21-12-17 15:47 조회2,218회 댓글0건

본문

e8eeebc1b8830bffab6c70d5a9eaa98f_1639723
 

공부에서 길을 잃은 나는 평범한 소년공으로 돌아갔다. 공장에서 책을 보는 일도 없었다. 집에 돌아와 TV를 보며 놀고 있는데, 술을 한잔 걸친 재영 형이 불쑥 한 마디 던졌다.

“나처럼 평생 공돌이로 썩으려면 공부하지 마라, 임마.”

형의 말이 아프게 나를 찔렀다. 누구보다 대학에 가고 싶은 나였지만 방법이 없었다.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는 과외금지령을 내렸다. 과외로 학비를 벌어야 대학을 다닐 수 있는 가난한 형편의 학생들은 길이 막힌 셈이었다.

목표도 없이 공장이나 다니는 내 모습이 동생들에게 어떻게 비칠까 싶기도 했다. 동생들은 저녁 시간이면 화장실을 지키는 엄마와 교대를 서주곤 했다. 창피할 텐데도 불평이 없었다.

막막해진 나는 성일학원 김창구 원장님을 찾아갔다. 검정고시를 준비할 때 무료로 학원을 다니게 해주었던 그분 말이다. 원장님은 본고사를 폐지하고 사지선다형인 학력고사만으로 시험을 보게 된 것은 나 같은 검정고시 출신에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했다. 또 학비 문제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조금 있어 봐라. 군바리들이 국민들의 인심을 얻으려고 뭔가 화끈한 대책을 내놓을 거야.”

원장님의 말에 작은 희망이 생겼다. 나는 동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다시 공부를 하기로 했다.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든 못하든... 가만히 앉아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그런 의지 때문이었을까?

1981년, 과외금지령에 대한 원성이 빗발치자 국보위가 보완책으로 사립대학에 특별장학금 제도를 도입하라고 지시했다. 공부는 잘하는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의 경우 등록금 전액면제에 생활보조금까지 지급하는 파격적인 장학제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그 대신 국보위는 모든 대학의 입학정원을 대폭 늘려줬다. 대학 입장에서는 정원이 늘면서 생겨나는 등록금 수입이 장학금을 상쇄하고도 남을 수준이어서 ‘남는 장사’였다.

나는 당장 대입학원에 등록했다. 아버지도 공장을 계속 다니는 조건으로 학원을 동의해주었다. 월급에서 2만 원만 집에 가져다주고 나머지는 학원비와 책값으로 사용해도 좋다는 허락까지 받았다.

주어진 시간은 8개월이었다. 3년 공부를 8개월에 해야 했고 장학금을 받으려면 260점은 받아야 했다. 등수로 따지자면 수험생의 약 0.5% 이내였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에게도 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가.슴이 뛰었다.

#이재명 #웹자서전 모아보기 : https://bit.ly/3mggyFy

*참고도서 <인간 이재명> (아시아, 2021)

 

[이 게시물은 업무관리자님에 의해 2021-12-21 13:50:08 카드뉴스에서 이동 됨]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국회의원 민홍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