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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웹자서전] ep.24 약자들에게 힘이 되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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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업무관리자 작성일21-12-17 15:51 조회2,2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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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하루는 내가 받게 될 특대장학금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재선이 형 대입 학원비를 자신이 댈 터이니 월 20만원의 특대장학금을 맡기라는 것이었다.

이전에 재선 형은 나와 같이 대입 검정고시를 봤다. 중장비 정비자격증을 따고 부산 근처의 원자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시험을 본 것이다.

공부하기에 나보다 더 열악한 상황이었다. 형은 시험 보기 이틀 전 집에 와서 밥을 먹으면서도 공부를 했고, 그렇게 시험을 통과했다. 이항정리와 포물선을 가르쳐준 것도 나였다. 이제 재선 형은 앞서 내가 그랬던 것처럼 학원에 다니며 대입을 준비할 참이었다.

특대장학금을 맡기라는 아버지의 말에 나는 펄쩍 뛰었다.

“싫어요. 집에서 어떻게 공부를 하고 학교를 다녀요? 장학금으로 서울에 방 얻어서 재선 형이랑 공부할 거예요. 재선 형 학원비도 제가 낼 거구요!”

나는 형이 8개월 간 돈 걱정 없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확실하게 밀어줄 참이었다. 하지만 집 한 채 마련하는 일에 몰두하는 아버지를 생각하면 재선 형에게 학원비를 충분히 줄 것 같지 않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오리엔트 공장을 다니며 3개월 월급을 모아 학원비를 댔던 것처럼, 장학금으로 형의 미래에 투자할 생각이었다. 재선 형도 공부하면 잘될 거라는 확신이 내겐 있었다.

그렇게 버티자 아버지도 특대장학금 얘기는 더 이상 꺼내지 않았다.

특대장학생으로 법대에 들어갔다는 소문을 들은 친척과 이웃들은 내가 마치 판검사가 된 것처럼 받아들였다. 졸지에 사법고시 보는 것이 당연해지고 있었다. 법대 가면 사법고시를 보는 게 일반적이라는 것은 대학에 붙고 나서 알았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매 맞는 노동자로 살기 싫어 시작한 공부였다. 이제 그런 일은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문득 아직도 공장에 남아있을 아이들이 떠올랐다. 내게 최초로 유행가를 가르쳐주었던 나보다 어렸던 소년공도...

함께 새벽까지 일하고 공장바닥에서 유행가를 흥얼거릴 때 우리는 친구였다.

문득 그런 힘겨운 나날을 보내야 하는 사람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일었다.

그리하여 입학식을 앞둔 82년 2월의 어느 밤, 나는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 어차피 시작한 것,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변호사로 개업하겠다. 그래서 약한 자를 돕겠다. 검은 그림자 속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빛이 되어 보겠다.

약자에게 힘이 되어 보겠다는 결심은 막연했지만 마음에 들었다.

#이재명 #웹자서전 모아보기 : https://bit.ly/3mggyFy

*참고도서 <인간 이재명> (아시아, 2021)

 

[이 게시물은 업무관리자님에 의해 2021-12-21 13:50:08 카드뉴스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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