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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웹자서전] ep.8 아버지와의 전쟁, 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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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업무관리자 작성일21-12-17 11:25 조회2,2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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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으로 출근하는 길, 교복 입은 아이들을 보면 부러웠다. 교복 칼라는 아침햇살을 받아 하얗게 빛났고 아이들의 가방 속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이 담겨 있었다. 나와는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이었다.

나는 잿빛 작업복 차림이었다. 수다를 떨며 활기차게 등교하는 학생들을 거슬러 공장으로 가는 길은 힘들었다. 가급적 그들과 마주치지 않는 골목길을 찾아다녔다.

하루는 공장에 교복 입고 출퇴근하는 아이를 발견했다. 뭐지?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알아보니 고등공민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었다. 내 안에서 뭔가 ‘반짝’ 빛났다.

“아버지, 저도 야간학교에 들어갈래요.”

집에 돌아와 아버지에게 말했다. 희망 같은 걸 언뜻 본 듯한 흥분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의 입만 바라보았다.

“야간학교는 정규학교가 아니어서 3년 다니고 다시 검정고시 봐야 한다.”

아버지는 승낙하지 않았다. 돈벌이로 공장이나 다니게 하려고 공부를 막는다고 나는 단정했다.

아버지와의 길고 깊은 갈등의 시작이었다. 이때부터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나는 오직 ‘공부하기 위해’ 아버지와 싸워야 했다.

아버지는 중퇴긴 하지만 대구에서 고학으로 대학공부도 했던 사람이었다. 교사나 순경도 했었지만 외아들이라 부모님을 모시려고 고향으로 돌아올 만큼 효자였다. 대신 농사일은 하나도 할 줄 몰랐다.

그러던 아버지가 성남으로 상경한 뒤로는 완전히 바뀌어 수전노가 되어 있었다. 악착같이 일하고 지독하게 모았다. 집에는 돈 버는 사람만 있고 쓰는 사람은 없었다.

아버지는 어떤 계기로 그렇게 변했을까? 재영이 형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는 안동양반 출신이에요. 젊은 시절엔 자기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도리를 다한다는 식의 선공후사 같은 도덕의식이 있었어요.

동네일은 공짜로 다 해주면서 곧이곧대로 살던 사람이었죠. 자기가 가진 지식과 돈, 시간을 다 남을 위해 썼던 거예요.

그런데 그 결과가 뭐였냐? 성남에 와서 아버지는 체면과 명분, 공부, 이딴 거 아무 소용없다, 거지를 면하려면 악착같이 돈을 모아야 한다, 그렇게 결심한 것 같아요.”

아버지에게도 아버지의 사연이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맘 같지 않은 세상에 상처받은 후로, 원래의 자신을 부정하며 살았는지도... 어쩌면 아버지는 평생 화가 나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열네 살 아들이 공장에 다니며 야간학교에 가겠다는 걸 막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권위적인 아버지를 둔 세상의 모든 자식들이 그렇듯 내게도 아버지는 언젠가 넘어야 할 산이었다.

야간학교에 가지 말라는 말을 들은 날, 이불을 뒤집어쓰고 오래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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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서 <인간 이재명> (아시아, 2021)

 

[이 게시물은 업무관리자님에 의해 2021-12-21 13:50:47 카드뉴스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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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민홍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