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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임대 늘린다더니…"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조기 매각"
LH, 10년 공공임대주택 4000호 팔아…"공급량 '반 토막'으로 감소"
국회 예정처, 정부 정책과 엇박자…LH “재고량 감소는 아니다”반박
2015-10-21 18:09:58 2015-10-21 18:10:36
전월세 가격이 폭등하고 집값도 오르며 주거난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공공임대주택 공급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채를 줄인다며 10년 공공임대주택을 조기 매각하면서다. 공공임대주택을 늘린다는 정부 대책과 엇박자를 내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발간한 '2016년도 예산안 부처별 분석' 자료에서 "임대주택 조기 매각은 공급 확대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다"며 "LH는 10년 공공임대주택을 조기에 매각하더라도 부채를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공공임대주택의 지속적인 공급이 가능한 수준으로 규모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LH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 10년 공공임대주택을 분양 전환 시점보다 앞당겨서 팔고 있다. 지난해 4291호의 임대주택을 민간에 매각한 LH는 7370억원의 부채를 줄였다. 조기 매각으로 오는 2017년까지 9700억원을 추가로 감축한다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10년 공공임대주택은 의무 임대 기간인 10년 동안 임대주택으로 활용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임대주택법 시행령은 임대 기간의 2분의 1이 지나면 매각할 수 있도록 했다. LH는 '2014~2017년도 부채 감축 계획'에서 사업 조정과 경영 효율화, 자산 매각 등으로 부채 규모를 143조2267억원으로 줄이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러한 움직임은 서민 주거를 안정시키기 위해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정부 대책과 어긋난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4월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에서 10년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늘린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2014~2017년 LH의 공급 예정 물량은 2만6000호에서 5만호로 확대된다. 예정처는 "10년 공공임대주택은 최근 정부의 임대주택 공급 정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국토부는 임대주택이 임차인에게 우선적으로 매각되기 때문에 무주택 서민의 내집 마련을 지원하는 효과가 있고, 조기 매각 대금으로 새로운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지만 이로 인해 임대주택 재고량이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대주택 조기 매각은 얼마 전 끝난 국정감사에서도 논란거리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미경 의원은 "LH는 10년 공공임대주택을 조기 매각하면서 다른 한쪽에선 2017년까지 공공임대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며 "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LH가 착공한 공공임대주택은 9136가구다. 하지만 같은 해 조기 매각한 4291가구를 빼면 공공임대 공급량은 4845가구로 반 토막이 난다. 전체 주택에서 장기공공임대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5.5%(2013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1.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의원은 "국민주거생활 향상에 이바지해야 하는 공사가 임대주택을 조기에 매각하며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공공임대 물량 확보를 위해 2017년까지 예정된 6000여 가구의 조기 매각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당 민홍철 의원도 "10년 공공임대주택을 5년만 임대하고 매각하는 방안은 공공성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공공임대 대기 수요가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이 같은 조기 매각 방침은 공공임대 입주를 희망하는 저소득자의 기회를 박탈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LH가 건설한 10년 공공임대주택은 조기 매각 대상이 아니다"라며 "LH가 매입해 10년 동안 임대하고 분양 전환하는 민간 미분양 아파트나 재건축 아파트를 잔여 임대 기간을 유지하는 조건을 붙여서 거래했기 때문에 임대주택 재고량이 줄어든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전월세 안정 대책과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거리로 나앉은 신혼부부의 텐트에 불을 붙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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